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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일기 Pastoral Diary

마지막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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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빛교회
조회 959회 작성일 22-12-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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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권사님과 병원을 찾았다. 요즘 몸도 많이 약해지시고, 정신도 왔다 갔다 하시는 것 같아서 부득이 하게 dementia 검사를 하러 급하게 날짜를 잡은 것이다. 결과는 예상과는 다르게 dementia 진단을 받지 않으셨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벌써 점심때가 지나서, 권사님과 늦은 점심을 하러 장소를 물색해 본다. "권사님, 오랜만에 in n out' 어때세요? 햄버거 좋아하세요?" 권사님은 좋다고 하신다. 


권사님댁 근처의 in n out 에 들려 식사를 하는데 얼마나 잘 드시던지, 오랜만에 드신다면서 말없이 열심히 드신다.  

그 식사가 우리 부부와 개인적으로 나누셨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이야... 


북가주 지방회 기도회 도중 전화가 걸려온다. 예배중 전화는 받지 않아야 하지만, 왠지 꼭 받아야 할것 같았다. 권사님이 지난주에 입원하셨던 St. Rose 병원 담당 간호사가 수화기 너머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온다. "She didn't make it! so sorry about it" 어느정도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이야...


정신없이 차를 몰고 아내와 병원을 향해 달렸다. 차안에서 아내가 입을 연다. '사실 예배 드리는데, 원권사님 영정사진을 무엇으로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이상하게 자꾸만 들었어....' 그리고 곧 이어서 나에게 권사님 소천 소식을 들었다는 말을 한다. 종종 아내는 내가 전혀 인지 하지 못하는 일들을 말하기도 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권사님을 뵌다. 평안히 누워 계셔서 주무시는 것 같다. 이 땅보다 더 좋은 곳에 가셨으니, 슬픔보다는 평안함이 있다. 감사하게도 시무 장로님들과 몇분의 성도님들께서 방문해 주셔서 원권사님을 마지막으로 함께 뵐수 있었다. 


나는 너무 긴장되고 놀라서 그런지 온 몸에 힘이 없다. 늦은 점심을 하러 식당을 찾았다. 들리고 보니, 원권사님과 마지막 햄버거를 나누었던 바로 그 'in n out' 이였다. 일부러 온것도 아닌데... 

권사님과 함께 앉았던 자리를 물끄러미 잠시 바라본다. 우리는 그렇게 권사님을 생각하며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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